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2018년 출간 이래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구병모 작가의 장편 소설, <파과>를 리뷰해 볼까 합니다. 강렬한 스토리로 흡입력이 좋은 소설이니 꼭 한 번쯤은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장 빛날 때
구병모 작가의 <파과>는 2018년 출간 당시에도 강렬한 스토리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60대 여성 노인, 그것도 킬러라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캐릭터의 조합은 무척 파격적이지요. 여태 환상적인 상상력을 보여준 구병모 작가의 상상력은 <파과>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구병모 작가는 이 이야기가 "냉장고 속 한 개의 과일"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뭉크러져 죽이 되기 직전인 갈색의, 원래는 복숭아였을 것으로 추측되는 물건", "달콤하고 상쾌하며 부드러운 시절을 잊은 그 갈색 덩어리", "최고의 시절에 누군가의 입속을 가득 채웠어야 할, 그러지 못한, 지금은 시큼한 시취를 풍기는 덩어리"를 보고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말하죠. 파과는 부서진 과일, 혹은 여자의 16세, 가장 빛나는 순간을 뜻합니다. 우리 모두 과일처럼 언젠가 상하고 부서진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가장 빛날 수 있죠. 오늘은 그 빛나는 순간을 담은 소설, <파과>의 줄거리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줄거리 소개 (*스포주의*)
이 45년간 청부 살인을 해온 조각이라는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지하철에서 흔하게 보이는 평범한 외형을 가진 주인공이 한 남자를 죽이면서 이야기는 시작하지요. 조각은 살인을 방역업이라고 말하는 킬러입니다. 방역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있죠. 그 에이전시에서 대모님이라고 물리는 조각은 만 64살이라는 나이 탓에 몸이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없던 정 같은 게 생기는 기분을 느끼죠.
"그리하여 이 모든 자태가 혐오스럽지도 이색적이지도 않아서 탕니들이 원하는 기준치 - 실제 평균치와는 무관한 - 에 들어맞아 어떤 이목도 끌지 않는 그녀는, 고개를 무릎에 닿을 듯 떨어뜨리고 루페 안에 확대돈 글자를 짚어나가는 듯하다가 문득 안경알 밖으로 눈만 들어 대각선 좌석을 살핀다."
- 파과 中
조각은 어릴 적 당숙의 집에서 식모로 지내가 쫓겨난 류를 만나게 됩니다. 킬러에 뛰어난 소질을 가졌던 조각은, 류를 통해 킬러가 되지요. 조각은 류를 좋아하지만, 류에겐 이미 아내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성장을 하게 된 류와 조각의 조직은 결국 침입을 받고, 그 사건으로 류의 아내가 살해당하게 됩니다. 류 또한 조각을 지키려다 죽고 말죠. 그 뒤로 냉정하고,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채 살아왔던 그녀인데, 어느 날부터 동정을 느끼게 되죠. 유기견을 키우게 된다거나 길거리에서 만난 폐지 줍는 노인을 돕는다거나... 그런 일로 실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조각은 퇴물 취급을 받게 되죠.
"그녀는 앞날에 대해 어떤 기대도 소망도 없었으며 그저 살아 있기 때문에, 오늘도 눈을 떴기 때문에 연장을 잡았다. 그것으로 자신의 존재하는 이유를 확인하지 않았고, 자신의 행동에 논거를 깔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살아남으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일찍 죽기 위해 몸을 아무렇게나 던지지도 않았다."
- 파과 中
조각은 다치면 방역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은 장 박사라는 의사에게 치료를 받았는데요, 어느 날 실수로 등을 크게 다친 조각은 장 박사가 아닌 강 박사에게 치료를 받게 됩니다. 조각은 30대 중후반의 젊은 강 박사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지요.
소설에서는 투우라는 킬러 조직 멤버도 등장합니다. 조각과 같은 에이전시 소속 킬러인 투우는 계속해서 조각에게 시비를 걸지요. 사실 옛날에 조각은 투우의 아버지를 살해했습니다. 투우는 그 뒤로 복수를 꿈꾸며 계속 조각을 좇았던 것이지요.
"무엇보다 그것은 진짜가 아니며 짧은 시간 빛나다 사라질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사라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상실을 살아야 할 때."
- 파과 中
결국 투우는 조각이 강박사에게 끌려한다는 점을 포착하고, 강박사의 딸을 납치합니다. 조각은 죽을 것을 각오하고, 강박사의 딸을 무사히 구출하기 위해서 투우와 결투를 벌이지요. 하지만 기적적으로 조각은 살아남고, 투우는 죽게 됩니다. 비록 한쪽 손을 잃었지만, 조각은 묵묵히 평소처럼 살아가지요.
"그래서 아직은 류, 당신에게 갈 시간이 오지는 않은 모양이야."
- 파과 中
이렇듯 소설은 조각의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조각은 60대 여성 킬러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 우리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늘 취약한 계층으로만 보였던 노인을 이렇게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로 만들다니,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재량에 감탄하게 되죠. 강렬한 여성 노인 서사는 노인에 대한 편견을 깨 줌과 동시에 우리도 더 빛나는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돕습니다. 노인과 여성이라는 인물이 가졌던 편견과 그 한계를 깨 부시면서, 킬러라는 직업으로 우리에게 반격하죠.
소설의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액션신은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강렬하고 시원합니다. 특히 조각와 투우의 총격전은 매우 인상 깊습니다. 그만큼 몰입도와 흡입력 또한 좋은 편입니다.
책 속 조각이 사는 현실과 우리가 사는 현실도 사실 그닥 다르지는 않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만 하는 현실, 그런 현실 속을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저희는 다음 번에도 재밌고 유익한 책 리뷰로 돌아오겠습니다. 블로그 구독하시고 좋은 정보 많이 얻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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