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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눈으로 만든 사람> 리뷰

1120☆아리차차 2023. 8. 5.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단편 소설집 <눈으로 만든 사람> 리뷰를 하려고 합니다. 2021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품이니만큼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책 출처 - 예스 24

 

아름답고 쓸쓸한 이야기

 
이 책은 과장되지 않은 정제된 문장으로, 그렇지만 생생하고 따뜻한 문장으로 사랑받아온 최은미 작가의 단편 소설집입니다. 여성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눈에 띄는 걸로 유명한 이 작품은, 십 대 소녀부터 기혼 여성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현실에 밀접한 이야기들은 우리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죠. 한국사회를 철저하게 객관화된 시선으로 풀어내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총 9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내는 이>, <여기 우리 마주>, <눈으로 만든 사람>, <나와 내담자>, <운내>, <美山>, <내가 나일 그때>, <11월행>, <점등>. 오늘은 이 중에서 몇 개의 단편을 뽑아 그 줄거리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줄거리 소개 (*스포주의*)

 

 
첫 번째로 말씀드릴 작품은 <보내는 이>입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소설에서는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고 싶어 하지만 그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아이 엄마 둘의 이야기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매우 일상적이지만, 그래서 더 세심하고, 공감이 가는 소설이지요. 육아로 직장을 그만둔 영지씨와 진아 씨는 아이들에게 열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유치도 다 안 빠진 저 아이들이 어느 날부터는 영구적으로 써야만 하는 이를 가지고 살아가겠지. 지금보다 기다란 팔다리로 허우적거리면서 누군가한테 다가가고, 멀어지고, 사랑이 가져오는 것들을 모른 채 사랑하고, 알고도 사랑하면서. 아이들이 시기마다 겪어갈 상실감의 무늬들을 생각하자 가슴 제일 깊은 곳이 아려왔다."
- 눈으로 만든 사람, 보내는 이 中
 

"나는 다른 거 안 바라. 무심코라도 하루 안부 물어주는 거. 하루에 십 분쯤은 온통 그 사람한템나 집중해 주는 거. 남편이랑은 이제 못하는 거. 남편 때문에 다른 사람이랑도 못하게 된 거. 그걸 나랑 하자."
- 눈으로 만든 사람, 보내는 이 

 
영지씨는 자신과 공통점이 많은 진아씨에게 점점 집착하게 되는데요, 혼자라서 하기 힘들었던, 남편과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진아 씨와 하길 바라죠. 좀 더 가까워지길 바라지만 둘은 아이들을 통해 알게 된 관계이므로 서로에게 편해질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아이들에게 영향이 갈까 걱정이 되어서지요. 그래서 둘의 일상은 늘 일상적인 것, 그 이상으로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영지씨는 지역 맘카페에서 닉네임으로 진아 씨를 발견하게 되고, 진아 씨의 글에서 서운함을 느껴 둘은 점점 멀어지죠. 그러던 어느 날, 태풍이 불고 진아 씨 집의 창문이 부서지고 맙니다. 진아씨네 가족은 그 일을 계기로 이사를 하고, 한 달 뒤 영지씨는 의문의 택배를 받죠. 그건 진아 씨가 보낸 미니 소화기였습니다. 그리고 진아 씨의 이름은 사실 지나였죠.
관계는 늘 이렇듯 내가 원하는대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닐 수도, 나아가 그 사람의 진짜 이름도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지요. 최은미 작가는 예리하게 관계 속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예리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우리에게 보여주지요. 


 


다음은 이 책의 제목이 되기도 한 단편, <눈으로 만든 사람>입니다. 소설의 주인공 강윤희는 11살 때 삼촌 강중식에게 성추행을 당한 인물입니다. 그때의 사건은 트라우마로 남아 성인이 되어 한 아이의 엄마가 도니 지금까지도 윤희를 괴롭히고 있죠. 각종 행사 때마다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중식은 그때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윤희를 대했고, 윤희는 모든 것이 악몽 그 자체였습니다. 11살이었던 윤희는 가족이라는 믿을 수 있는 틀 안에서 벌어진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었고, 이는 부모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그 사건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기에 더 괴로웠습니다. 
 

"이 세상에서 강윤희의 말을 들어줄 사람을 정신과 의사밖에는 없을지도 몰랐다."
- 눈으로 만든 사람, 눈으로 만든 사람
 
"강윤희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세상 한 가운데서 혼자서만 노를 젓고 혼자서만 책임지며 혼자서만 비난받는 것 같았다."
- 눈으로 만든 사람, 눈으로 만든 사람 

 
윤희는 8살 딸 아영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영은 성조숙증 판정을 받고 이를 치료하고 있는데요, 이를 알지 못하고 매일 고기반찬을 보내는 시어머니와 문제의 심각성을 보르는 남편에게 아영은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그 화풀이를 아영에게 하게 되지요. 그러던 어느 날, 강중식은 윤희에게 중학생 아들을 맡기게 됩니다. 교사였던 윤희도 방학이라는 것을 알고 말이죠. 그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윤희는 중식의 아들인 민서를 맡게 되지만, 아영에게 혹여나 무슨 짓을 할까 늘 불안해하죠. 
민서는 어려서부터 림프종으로 인해 항암 치료를 받았었는데요, 중학생이 된 지금 전이가 되어 다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입니다. 중식은 윤희를 찾아가 그날의 일에 대해 사죄하고, 자신의 아들 민서가 자신의 죄 때문에 벌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누나가 봉지에 흑미를 담아와서 눈사람 머리 위에 그걸 다닥다닥 부팅는 거예요. 머리카락 심어주는 거라고 하면서. 까까머리 같기도 하고 밤톨 같기도 하고. 저는 그 눈사람이 정말 좋았어요."
- 눈으로 만든 사람, 눈으로 만든 사람 
 

 소설은 이렇듯 화자의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윤희와 자신에게 상처입힌 강중식의 아들 민서와 함께 하는 일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디에서도 말할 수 없지만, 내 가슴속 깊이 남아있는 이야기들. 너무 사랑해서, 또 사랑하지 않아서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 너무 가까워서, 너무 멀어서 말할 수 없고 말하고 나면 별 거 아닌 그런 이야기들을 책은 하고 있습니다. 한 번쯤 읽어보시면서 최은미 작가가 만들어 놓은 단단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황정은 작가가 말하는 강지희 문학평론가가 말한 <눈으로 만든 사람>에 대한 내용을 인용하며, 이번 리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최은미가 이번 소설집에서 그려내는 다층적이고 복잡다단하고 예민한 여성들의 관계는 우리 문학적 감수성이 새로 개척하고 있는 감정 지도의 중요한 한 단면을 드러낸다. 그 아래 여성들의 들끓는 욕망과 새로운 존재 증명의 형식이 있다. 사회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될 수 없기에 미묘한 현기증을 동반하는 이 관계는 자기 의지와 에너지를 황홀경의 상태로 끌어올리고, 끈적하고 축축한 파토스 아래 눌린 말들을 쏟아낸다. 불균질한 혼돈으로 출렁이는 이 상태는 여성을 시련의 존재나 신화적 존재가 아닌 생생한 감각을 지닌 탄력적인 존재로 되살려낸다. 최은미의 소설적 재능을 이끌어온 특유의 그 허기는 소중한 존재들의 죽음을 품고, 폭력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언어들을 발명해 가며 이렇게 기이하고 충만한 사랑에 이르렀다. 몸속을 휘도는 회오리바람을 견디며 최은미가 이 자리에 도달했기에, 한국문학의 촉수로 감각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영역은 새롭게 확장되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도 좋은 책 리뷰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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