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무더운 여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여름의 무더위를 싹 잊게 해 줄 공포 장르의 소설을 리뷰해 보려고 합니다.
오싹한 도시괴담 속으로
이시우, 김동식, 허정, 전건우, 조예은 남유하 총 여섯 명의 작가가 만나 탄생한 <도시, 청년, 호러>는 여섯 개의 단편 소설을 담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모두 도시라는 익숙한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요. 그래서인지 소설은 마치 ‘나에게도 일어날 법한 이야기’처럼 느껴져 더욱 섬뜩합니다. 공포 너머로 보여지는 인간의 욕망과 사회의 그늘은 더 큰 공포를 불러일으키지요. 지금부터 여름과 잘 어울리는 오싹한 이야기들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책 줄거리 소개 (*스포주의*)
첫 번째 이야기는 이시우 작가의 <아래쪽>입니다. 서울의 시설 관리를 담당하게 된 신입 주인공은 하수구 관리직을 맡게 되는데요, 도시에서는 보이지 않는 맨홀 아래에서 일을 하면서 무언가를 마주하게 되지요.
밤 9시부터 12시, 어두운 하수도에서 주인공이 하는 일이라고는 정해진 관로를 지나가며 붙어있는 봉인지를 떼고 붙이는 일입니다. 단시간 업무이고, 벌이가 쏠쏠했기 때문에 주인공은 그 일을 계속 하지만, 날이 지날 수록 이상한 점을 느낍니다.
어둠 속에서 흐릿한 사람의 형체가 보인다던 주인공을 계속 모른 척하던 팀장은 결국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그 미지의 존재 때문에 최근에 한 사람이 죽었단 사실까지 얘기하지요. 사실 그가 하는 일은 그곳에서 죽은 영혼들을 막는 일이었습니다. 주인공은 그것도 모른 채 시키는 일을 했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공포스러운 점은 이 알 수 없는 정체들 뿐만이 아닙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제대로 신경도 써주지 않는 현실은 우리들을 더욱더 서늘하게 만듭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김동식 작가의 <복층 집>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사회 초년생인 홍혜화입니다. 직장 주변으로 집을 구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던 혜화는 외관은 허름하지만 리모델링이 아주 잘 된 집을 구하게 됩니다. 좋은 옵션과 예쁜 인테리어, 채광, 테라스까지 모든 게 다 마음에 들었던 혜화는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자주 놀기도 하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혜화는 집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는데요, 물건이 다른 위치에 놓여있거나 현관문 앞에 놓아둔 짜장면 젓가락이 깨끗해져 있는 등 찝찝한 일들을 겪게 되죠. 완벽하게만 느껴지던 집은 공포스러운 공간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혜화의 집을 드나들던 범인은 바로 건너편에 사는 공인중개사와 집주인이었습니다. 혜화는 공포에 못이기고 집을 뛰쳐나오고, 공인중개사와 집주인은 다음 세입자를 찾기 위해 도모하지요. 슬프게도 이런 일들은 현실에도 자주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오싹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분실>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석진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에요. 어머니의 죽음으로 석진에게는 5천만 원의 돈이 전부인데요, 석진은 이 돈을 지키기 위해 허름한 고시원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 고시원 좁은 방에서 석진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침대 옆 벽의 큰 얼룩이예요. 석진은 그 자국을 지우고 싶어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고, 이를 알게 된 옆 방 사람은 와서 얼룩제거제를 주고 가지요. 석진은 그걸 이용해 그 얼룩을 지웁니다. 그런데 다음 날부터 석진의 물건이 하나둘씩 사라지게 됩니다. 거액의 돈이 통장에서 빠져나가기도 하지요. 순식간에 많은 것들을 분실하게 된 석진은 은행으로 달려가지만, 신분증 또한 분실해 버리고 말죠.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지문 또한 사라져 버립니다. 그렇게 다시 밤은 돌아오고, 사라졌던 얼룩이 다시 생겨나 있습니다. 분노한 석진은 커터칼과 지우개를 동원하여 그 얼룩을 지우려고 애쓰는데, 결국에는 자신이 그 얼룩이 되어버린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도시는 청년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청년들의 꿈을 앗아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너무 치열한 도시에서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청년들의 모습이 이야기와 겹쳐져서 공포스러우면서도 슬프게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전건우 작가의 <not alone>입니다. 서울로 상경하게 된 미수의 자백으로 소설은 진행됩니다. 갖가지 이유로 친구를 얻지 못해 외로운 생활을 이어가던 미수는 어느날 우연히 ‘not alone’이라는 어플을 소개받게 됩니다. 그 어플은 익명으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어플이에요. 미수는 그 어플에서 리플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되는데요, 그곳에서 가이거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죠. 가이거와의 음성채팅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리플리는 회사에서 생긴 일로 인해 괴로워하다 가이거에게 실제로 너를 만나고 싶다는 말을 하게 됩니다. 그 말에 가이거는 갑자기 돌변하여 미수에게 너를 찾아갈 거라고 섬뜩한 목소리로 말하지요. 그 이후로 미수는 공포에 시달립니다. 결국에는 집까지 찾아온 가이거를 찔러 죽이게 되고, 경찰서로 달려가 자백을 했던 거지요. 하지만 미수는 해리성인격장애로, 모든 것은 미수의 망상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모두 미수의 망상이라고 하더라도 잘 알지 못하는 타인에 대한 공포가 특히 실감나는 소설인데요, 요즘에는 특히 sns로 많이들 만나기 때문에 더욱더 섬뜩하게 느껴지는 소설인 것 같습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조예은 작가의 <보증금 돌려받기>입니다. 주인공 성아는 시끄럽고 햇빛이 들지 않는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사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주인은 새로운 세입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보증금 2000만 원을 줄 수 없다고 말하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성아의 집 주변에서는 기이한 모습의 단발머리 여자를 계속해서 목격하고, 성아의 엄마는 500만 원을 송금하라고 재촉합니다. 성아는 집주인과 결판을 내기 위해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창밖으로 오토바이 퍽치기를 당한 집주인을 발견합니다. 성아는 보증금 이체를 해 주면 119에 신고를 해 주겠다고 죽어가는 집주인을 협박하고, 결국에는 보증금을 돌려받아 이사에 성공하지요. 도시에서 살기 위해서 인간성까지 버리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이야기는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남유하 작가의 <화면공포증>입니다. 남자친구와 영화관에 간 주인공은 옆자리 커플 중 남자가 갑자기 스크린으로 달려가 머리를 박아대는 기이한 사건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사건이 퍼지게 되자 수면 위로 ‘화면 공포증’이 드러나게 되는데요, 커뮤니티에서는 이 병을 화면을 보면 구토감을 느끼는 1단계부터, 화면에 머리를 박아대는 5단계까지 있다고 말합니다. 또 전염성이 있다고 하죠. 그날 이후 전염병처럼 오래 화면을 마주보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액정이나 스크린에 머리를 박으며 자해하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주인공까지 그 병에 걸리고 맙니다. 도시에는 화면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모두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살고 있지요. 만약 화면 공포증이라는 병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 병을 과연 피할 수 있을까요?
귀신보다 무서운 현실
이렇듯 책의 단편 소설들은 도시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우리를 더욱 더 서늘하게 만듭니다. 그렇다고 아주 무섭지는 않으니 공포를 좋아하시지 않는 분도 한 번쯤 도전해 보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더운 여름을 잠깐이라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네요.
저희는 다음 번에도 재밌고, 좋은 책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구독하시고 좋은 정보 많이 얻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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