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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리뷰

1120☆아리차차 2023. 7. 15.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교양 지식을 늘릴 수 있는 비문학 책을 리뷰해 볼까 합니다.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은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들과 그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칼럼이나 책에서 사라져 더 이상 미술사에 존재하지 못하게 된 '아웃사이더 아트'들을 살펴보며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 출처 - 예스 24

 

사라지는 두려움

 

 책의 저자 이소영 미술 에세이스트는 '유퀴즈 온 더 블록' 등 다양한 방송활동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이소영은 이 책에서 숨겨진 미술사의 비밀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아웃사이더 아트'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화가의 작품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인종이나 성별, 장애, 계급 때문에 차별받아 비주류가 된 이들의 이야기이지요.

 사라진 화가들은 유명한 화가 못지 않게 훌륭하고 의미 있는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또 그들의 삶도 감동적이고, 흥미롭지요. 이 책의 저자 이소영은 그런 '아웃사이더 아트'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소멸된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들여다보며, 매일 위로를 받았다고 해요. 사라졌다고 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이에요. 그래서 작가는 이 책을 자신의 삶이 소멸되는 것이 두려운 모든 사람들을 위해 바친다고 말합니다. 비록 칼럼이나 책에서는 사라졌지만 누군가에게는 영향을 주는 것처럼, 소멸된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죠. 박준 시인은 이 책을 "밝은 눈의 기록이자 외로운 존재들을 위한 온전한 마음"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웃사이더 아트를 감상하며, 따뜻한 위로를 받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책은 총 4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부에서는 저자의 삶을 바꾼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에 대한 이야기가, 2부에서는 독특하고 괴이한, 불가해한, 그래서 매력적인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이, 또 3부에서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낸 선구자적 작가들의 이야기가, 마지막 4부에서는 이미 대세가 된 아웃사이더 아트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 소개 (*스포주의*)

 

 1부에서는 책의 저자 이소영이 잊힌 화가들에게 빠져들게 된 순간들의 기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죽고 나서야 조명받게 된 앙리 루소, 니치의 수용소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다 죽음을 맞이한 프리들 디커브랜다이스, 정치범으로 구속된 순간에도 작품 활동을 계속한 실뱅 푸스코, 세계 전쟁의 피해 속에서도 자신의 사랑을 기록한 알로이즈 코르바스, 정신분열증을 작품에 녹여낸 아우구스트 나터러, 청소부에 불과했지만 엄청난 작품을 남겨놓고 떠난 헨리다거가 1부에 속해 있습니다. 

 저는 이중에서도 프리들 디커브랜다이스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요, 니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어린아이들에게 희망을 놓지 않는 법을 그림으로 가르치고, 감상교육도 병행했죠. 서로의 작품을 보고 토의하는 시간도 만들고, 전시회나 연극도 진행했습니다. 공포와 절망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아이들은 미술로 치유받을 수 있었지요. 디커브랜다이스는 그렇게 테레진 수용소에서 많은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당시 테레진 수용소는 정말 최악의 환경이었다고 해요. 1944년 인원 문제로 어린 제자들과 함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이동하는데, 이동하자마자 그 제자들과 함께 가스실에서 삶을 마감했습니다. 살아남은 디커브랜다이스의 제자들은 그녀의 미술시간에 희망과 자유를 배웠다고 하죠. 두려움에서 해방되는 법을 배워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프리들 디커브랜다이스는 늘 '예술은 어린이들의 가장 위대한 자유'라고 강조했다. 니치의 억압과 횡포 속에서도 그녀가 만난 어린이들의 그림에는 자유가 있다. 디커브랜다이스는 예술의 자유로운 힘을 어린이들의 그림에서 발견하고 자유를 그리워했을 것이다. 그녀는 예술을 치료로 활용한 초창기 미술 교육인 중 한 명으로 수용소의 아이들에게 예술적 자유와 아름다운을 찾는 방법을 알려 주면서, 어린이들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도록 꾸준히 도왔다." 

- p.35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몇 년 뒤, 그녀의 큰 짐가방이 발견됩니다. 그 가방 속에는 아이들이 그린 4700여장의 그림이 있었습니다. 이렇듯 최악의 환경에서도 아이들에게 미술로 희망을 가르친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미술이 가진 치유의 힘을 가르쳐 줍니다. 

 

 2부에서는 우리가 여태 경험해보지 못했던 아웃사이더 아트의 매력을 기록해 놓은 부분입니다. 영혼을 기록한 조지아나 하우튼, 태어나서 단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던 헨드릭 아베르캄프, 퀸의 보컬 머큐리가 사랑한 리처드 대드, 평생에 걸쳐 자신의 궁전을 완성한 페르디낭 슈발, 깊은 의미의 자화상을 남긴 파울라 모더존베커, 영화로 조명된 세라핀 루이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지요. 저는 그중에서도 리처드 대드에 대한 파트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프레디 머큐리는 리처드 대드의 작품을  너무나 사랑해서 노래로 쓰기도 합니다.

 

2집 음반의 the fairy feller's master라는 곡인데요, 

 

Ah, ah, the fairy folk have gathered
아, 아, 요정들이 보름달 아래
Round the new-moon shine
둥글게 모였네
To see the feller crack a nut
한밤중에 나무꾼의 노래를
At night's noon-time
들으러 왔네
To swing his axe he swears
그가 도끼를 들고 맹세하니
As he climbs he dares
그는 올라가면서
To deliver
보여주려 하네
The master-stroke
그 훌륭한 솜씨를

 

 작품을 묘사한 가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대드는 유명인의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신질환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매우 고통받았고, 자기를 이집트의 신 오시리스의 통제를 받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등 망상에 빠지기도 하였죠. 결국에는 아버지의 몸에 악마가 들어와 사람의 행세를 한다고 여기고 아버지를 살해하기도 합니다. 그는 친부살인죄로 정신병원에 감금되지요. 그는 어느 정도의 자유가 주어지는 왕립 병원에 수용되었기 때문에 구속 이후에도 계속해서 작품활동을 합니다. 그의 작품은 매우 아름답고, 정밀하지요. 하지만 그는 살인자입니다. 책의 저자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살인자의 그림을 보고 아름답다 평가할 수 있는가? 하고 말이지요. 여러분은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3부에서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낸 작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수많은 예술가와 교류했던 아나 앙케르, 동물의 사체를 그렸던 카임 수틴, 세 아이의 엄마이자 콜라주 작품을 주로 했던 앤 라이언, 사후에 8천여 점이 넘는 작품이 발견된 플로린 미트로이, 로봇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낸 형제 요세프, 카렐 차페크가 3부에서 소개되고 있지요. 저는 카임 수틴의 이야기가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좋은 그림의 정의를 물으며 카임 수틴의 이야기는 시작되는데요, 수틴은 모든 대상을 필요 이상으로 왜곡해서, 뒤틀리게 그렸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수틴의 그림을 '나쁜 그림'이라고 칭하지요. 나쁜 그림이란 도덕적 의미보다는 완벽하지 않고 부족한, 기준에 못 미치는, 훌륭하지 못한 작품들을 일컫는 단어로, 1970년대 등장한 용어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수틴의 그림을 과연 나쁜 그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좋고, 멋있고, 예쁘고 화려한 삶 뒤에는 동물의 사체처럼 피가 흥건한 부분도 있기 마련입니다. 남들이 외면하는 장면을 누구보다 용감하게 직면했던 수틴의 이야기, 책으로 더 자세히 알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4부에서는 이미 대세가 된 아웃사이더 아트들을 소개합니다. 흑인 최초로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윌리엄 에드먼스, 아웃사이더 아티스트의 마스터라 불리는 빌 트레일러, 또 거리의 예술가였던 루이 비뱅, 노예제와 전쟁 등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예술을 놓치 않았던 호레이스 피핀, 죽은 지 70년이 지난 뒤에야 개인전을 연 위니프레드 나이츠, 추상예술의 창시자 호아킨 토레스 가르시아가 4부의 주인공입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호레이스 피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끊임없이 터지는 폭탄과 폐허가 된 도시, 전쟁터로 끌려가는 청년들, 가족을 잃은 아이들. 호레이스 피핀은 미국에서 태어나 1차 세계대전을 겪었습니다. 모든 것을 앗아가는 전쟁 속에서 호레이스 피핀은 예술혼을 놓지 않았죠. 흑인 부대에서 인종차별을 겪으며 오랜 시간을 최전선에 싸우는 와중에도 피핀은 창고에 틀여 박혀 그림을 그렸습니다. 다친 팔 때문에 그림의 속도는 느렸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죠. 그는 파괴의 현장에서 쓸 수 없게 된 팔로 예술을 피워냅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예술에 대한 제 생각은, 사람은 예술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음과 생각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삶과 말을 통해 우리가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건 예술이라는 분야가 우리의 삶에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현실에 예술은 어쩌면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책을 통해 내가 예술을 감상할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많은 이들이 남기고 떠난 예술 작품에서 우리는 우연히 내 삶을 이어갈 힘을 찾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이 책은 세상에 버림받아 마땅한 예술은, 또 삶은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 이런 아웃사이더 아트들을 보며 위로를 받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오늘 날의 현대인들에게 꼭 추천하는 책입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도 좋은 책 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 구독하시고 좋은 정보 많이 얻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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