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야기/리뷰 책이야기

책 <칵테일, 러브, 좀비> 리뷰

1120☆아리차차 2023. 7. 15.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정말 재밌는 단편 소설책을 리뷰해 보려고 합니다. 바로 조예은 작가의 <칵테일, 러브, 좀비>인데요. 길이도 짧고 내용도 흥미롭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책입니다. 2020년 4월 13일 발행된 이후로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죠. 

사진 출처 - 예스 24

잔혹하지만 다정한 이야기

 

 이 책은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두 번째 책입니다. 공포 스릴러 장르를 띄고 있는 이 소설은 <초대>, <습지의 사랑>, <칵테일, 러브, 좀비>,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이렇게 총 네 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짧은 길이의 작품들이지만 그 안에는 현실 사회의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죠. 그럼에도 몰입력과 흡입력이 상당히 좋아요. 때문에 아마 순식간에 읽어내리실 수 있을 텐데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강력한 <칵테일, 러브, 좀비>의 줄거리를 차례대로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줄거리 소개 (*스포주의*)

 

 첫 번째 소설은 <초대>입니다. 주인공인 채원은 바다가 고향임에도 불구하고 회를 먹지 못하는데요. 가족들은 그런 채원에게 매번 회를 먹어보라고 강요합니다. 가족들의 권유에 못이겨 회를 먹은 채원은 그날 이후 목에 계속해서 가시가 걸려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지요. 하지만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고, 주변인들은 그런 채원이 꾀병을 부린다고 생각합니다. 채원의 남자친구인 정현은 계속해서 채원을 가스라이팅하는 인물인데요, 둘 사이의 균열로 인해 채원의 목 통증은 날이 갈수록 심해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채원의 앞에 태주라는 여성이 등장합니다. 채원은 정현의 친구라는 태주를 바람 상대로 오해해 태주를 찾아 의문의 리조트로 갑니다. 시체가 있는 오싹하고 기묘한 리조트에는 정현이 붙잡혀 있었는데요, 그곳에 있던 태주는 여태 채원을 괴롭혔던 목에 걸린 가시를 빼주며 회칼의 쥐어줍니다. 그리고 정현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선택하라고 하죠. 채원은 그 순간 어떠한 큰 해방감을 느끼며 고민 없이 회칼로 정현을 내리칩니다. 정현의 시체를 처리하고 눈을 떴을 땐 차 안이었죠. 목 통증은 사라지고 큰 해방감을 느끼며 소설은 끝이 납니다. 

 이 이야기는 어딘가 미스테리한 부분들이 있는데요, 마치 생선의 가시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작품입니다. 살다 보면 나를 자꾸만 숨겨야 하는 일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분명히 나의 의사를 전달하거나 꺼내지 못하고, 남들이 하는 대로,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해야 할 때가 있죠. 그러한 순간들이 쌓여 내 목을 꽉 막고 있는 가시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정현의 가스라이팅도 그랬습니다. 채원이 채원이지 못하게 만들었죠. 내가 나이지 못한 순간, 누구나 경험해 본 적 있을 법한데요, 그렇기에 큰 공감을 하며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두 번째 소설은 습지의 사랑입니다. 이 소설은 귀엽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소설인데요. 물귀신 '물'과 숲귀신 '숲'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물은 인적 드문 하천에 사는 물귀신입니다. 그 하천에는 귀신이 등장한다는 소문이 도는 곳이었기 때문에, 사람이 거의 찾지 않았죠. 그러다 소나무 숲에 사는 숲귀신 숲을 만나게 됩니다. 보통 물이 사람을 놀래키면 다들 꽁지 빠지게 도망가기 일쑤인데, 숲은 물의 장난에도 놀라지 않았죠. 오히려 즐거워합니다. 그렇게 물과 숲은 친해지게 되고, 우정을 쌓게 됩니다. 하지만 숲이 개발 구역으로 꼽히면서, 숲은 사라질 위기에 처합니다. 인부들은 숲의 나무를 베고, 물은 숲이 사라지게 될까 봐 불안해하죠. 그러던 중에 엄청난 폭우가 내립니다. 나무가 없는 숲에는 산사태가 일어나게 되고, 숲은 쓰러지고 무너져 하천을 덮치게 되죠. 물과 숲은 뒤섞이게 됩니다. 습지처럼 변해버린 땅에서 숲과 물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서로를 껴안으며 이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귀신이 등장함에도 너무나 귀엽고, 따뜻한 이야기인데요, 요즘에는 숲을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런 장면들이 겹쳐져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소설은 <칵테일, 러브, 좀비>입니다. 통통 튀는 상상력과 강력한 문장들이 만나 재미있는 호러 스릴러 단편인데요, 주연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주연의 아빠는 어느 날 좀비가 되어 집에 돌아옵니다. 국밥집에서 먹은 뱀술에 있던 기생충 때문이었지요. 좀비가 되었음에도 아빠는 밥 먹을 시간이 되면 숟가락질을 하려고 애쓰고, 아침이 되면 양복을 차려입고 출근을 하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이미 좀비를 모두 사살한 뒤인데요, 주연과 주연의 엄마는 그걸 막기 위해 다른 조치가 있을 때까지 아빠를 집에 숨겨두고 있는 것이었죠. 그때까지 아빠를 묶어두고 지내려고 했지만, 아빠는 날이 갈수록 더욱더 거세게 날뛰기 시작합니다. 결국 주연과 주연의 엄마는 사설업체에 아빠를 부탁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아빠가 도착하기 하루 전날, 주연은 어깨를 물리고 말지요. 다음 날 사설 업체가 도착했는데, 업체에서 저렴한 가격 때문에 총은 직접 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주연의 엄마가 아빠에게 총을 쏴요. 또 아빠의 머리에서 나온 기생충을 잡아 주연의 엄마는 제사를 지냅니다. 주연이 좀비로 변하지 않기를 빌면서요. 

아빠가 좀비인 것만 빼면, 별로 이상할 게 없는 가족의 모습입니다. 아빠는 좀비가 된 이후에도 가부장적인 모습이 존재합니다. 주연의 엄마와 주연은 그런 일상에서 결국은 벗어나게 되지만, 그들 스스로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좀비라는 어쩔 수 없는 병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런 모습은 현시대의 가족의 모습에서도 많이 보여지는 형태입니다. 여전히 남아있는 가부장제의 그늘에서 이미 익숙해진 이들의 모습이 잘 나타나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 소설을 읽고 자신의 가족을 떠올렸다고 하죠. 사회의 문제를 블랙 코미디로 유쾌하게 풀어낸 소설입니다.

 

 네 번째 소설은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입니다.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어 실제로 읽어 보시는 게 훨씬 더 좋은 소설입니다. 주인공인 세호는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가 어머니를 칼로 찔러 죽이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세호는 분노에 이기지 못해 그런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입니다.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누군가 세호에게 시간을 되돌려 줄까, 하고 묻지요.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은 영희입니다. 영희는 누군가 골목길에서 매일 자신을 따라오는 스토킹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런 영희에게 찬석은 친근하게 말을 걸어 도움을 주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지요. 하지만 찬석은 영희를 스토킹하던 누군가에게 칼로 찔려 잔인하게 죽게 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절망에 빠진 영희에게 누군가 묻지요, 시간을 되돌려 줄까. 

영희와 세호는 총 세 번의 원하는 시간대로 돌아갈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중에서 세호는 두 번의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한 번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찌르기 직전으로, 또 한 번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지만 모두 실패하지요. 영희 또한 두 번 모두 찬석을 잃게 됩니다. 세호는 결국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스토킹 하고, 영희는 찬석을 살리기 이해 그 스토커를 찔러 죽입니다. 세호는 투명해지며 사라집니다. 시간이 흘러 점점 커가는 세호를 보며 영희는 혼란을 느낍니다. 자신을 괴롭히던 스토커와 똑 닮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찬석에게 칼에 찔려 죽음의 위기에 처할 때가 되어서야 영희는 왜 스토커와 아들이 똑 닮았는지 깨닫게 됩니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이렇듯 타임리프를 하며 소설이 진행됩니다. 복잡하게 느껴지는 구조이지만, 몰입도가 좋아 집중해서 한 번에 읽게 되는 소설입니다. 시간을 돌려도 결과는 똑같다는 걸 보여주고 있지요. 

 

 이렇듯 네 단편 모두 개성이 넘치고 강렬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어딘가 오싹하고 기묘한 이야기들이지만, 불쾌하지 않고, 그 너머로 다정함이 보이는 이야기들입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칵테일, 러브, 좀비>를 통해 조예은 작가의 매력에 푹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도 좋고 재미있는 책 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 구독하시고 좋은 정보 많이 얻어가세요. 감사합니다.

 

 

 

 

 

 

댓글

💲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