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단편 소설책 리뷰를 해 볼까 합니다. 포근한 느낌의 제목을 가진 단편 소설집,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오늘 블로그 보시고 마음에 드신다면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내 삶에 들어온 고양이
책의 저자 손보미 작가는 2009년 21세기문학 신인상을 수상하고,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이 책은 섬세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손보미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인데요, 제46회 한국일보 문학상을 받은 <산책>과 제6회 젊은 작가상을 받은 <임시교사>가 이 책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일상에서 생기는 균열을 세심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내 삶에 침입한 존재들로 인해 변해가는 나의 모습을 잘 담고 있습니다. <무단 침입한 고양이들>, <대관람차>, <산책>, <임시교사>, <고귀한 혈통>, <죽은 사람(들)>, <상자 사나이>, <몬순>, <고양이의 보은> 총 아홉 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이중 기억에 남았던 몇 개의 단편을 뽑아 소개해 드릴게요.
줄거리 소개 (*스포주의*)
첫 번째로 말씀드릴 작품은 <무단침입한 고양이들>입니다. 화자는 망해가는 햄버거 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나'의 가게에 열입곱 번째 손님이자 마지막 손님으로 한 남자가 들어옵니다. 그 남자는 '나'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하죠. "고양이 좋아하세요?" 하고요. '나'는 테이블에 앉아 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합니다. 그는 헤어진 여자친구와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는데요,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집에 침입한 길고양이를 처리해 달라는 연락을 계속해서 받은 그는 결국 그 고양이들을 처리하기 위해 그녀의 집으로 갑니다. 그녀는 고양이들을 모두 화장실에 몰아넣고, 그 고양이들을 처리해 달라고 하죠. 하지만 그는 그녀의 집을 둘러보고 깨닫게 됩니다. 그녀가 그녀의 집에 일부러 고양이가 침입하게 했다는 사실을 말이죠. 남자는 화분을 들어 고양이를 처리하려는 순간, 또 하나의 사실을 깨닫습니다. 자신이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화분을 나려놓고 화장실에서 나옵니다. 화자에게 그 남자 손님, 남자에게 전 여자친구, 혹은 고양이처럼 우리 삶에는 갑자기 침입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침입자들은 조용히 내 삶에 스며들어 나를 흔들기도 하죠. 어떨 땐 나를 지워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침입은 또 우리가 잊고 있었던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하기도 합니다. 남자가 자신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임을 깨달은 것처럼 말이죠.
"나는 가끔 무단 침입한 고양이들에 대해 생각한다. 내 생각에 그건 아주 폭신폭신하고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종류의 침입이다. 아주 폭신폭신하고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천천히 파고들어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고 부지불식간에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하지만 때때로 무단 침입한 고양이는 정반대의 작용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분명하게 깨닫게 만드는 것이다. 징그러운 정도로 냉정한 방식으로, 어쩌면 '무단 침입한 고양이들'이라는 표현은 틀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모든 고양이들은 언제나 무단 침입하는 존재들이니까 말이다. "
- <무단 침입한 고양이들>中
두 번째로 소개드릴 작품은 <임시교사>입니다. 이 이야기는 젊은 부부와 보모 P 부인, 이렇게 세 인물이 등장합니다. 젊은 부부는 꽤 괜찮은 직업과 돈벌이로 부유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P 부인은 정식 교사를 꿈꾸면서 임시교사로 일했던, 혼자서 가족들을 부양하며 살아온 독신 여성이죠. 어떻게 보면 이들의 삶은 정반대입니다. 젊은 부부는 교양과 품위를 중요시하며 여유롭게 살았고, P 부인은 치열하게만 살아왔으니까요. 이들은 서로의 삶에 '침입자'가 되어버립니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자신의 삶의 기준에 상대가 맞추길 바라고 있지요. 아이의 앞에서 부부싸움을 한 젊은 부부에게 P 부인은 감정이 요동치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감정을 억누르고, 아이 엄마에게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충고를 건넵니다. 하지만 젊은 부부는 그녀의 충고를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고, 아이를 낳아 키워본 적 없는 부인의 말을 무시합니다. P 부인이 젊은 부부에게 충고를 건넸던 것은, 또 그녀의 감정이 요동쳤던 것은 그녀가 과거에 가르쳤던 문제아들 때문입니다. 젊은 부부의 아이가 혹여나 상처를 받아 잘못된 길을 가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비롯된 것이었죠. 다음 날 P 부인은 아이의 엄마를 위로하며 다시 한번 충고합니다. 하지만 끝까지 아이의 엄마는 P 부인을 이해하지 못하죠.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왜 어떤 여자들은 결혼도 하지 않고 애도 낳지 않은 채 그런 식으로 늙어가는 걸까? 하지만 그녀는 곧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을 멈췄다. 왜냐하면 자신은 그런 삶과는 거리가 너무나 멀었기에, 그녀의 상상력은 그곳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임시교사 中
젊은 부부가 아이에게 한 행동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들이 P 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왔고, 각자의 방식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삶에 '타인의 잣대'가 침입해온 것이죠. 우리는 그 침입에 맞설 필요가 있습니다. 타인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주의 깊게 관찰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죠. 그럼 그 침입에도 상처받지 않고, 그 침입을 넘어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책의 해설 부분에 이 책을 잘 표현한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있어 가지고 왔습니다.
"자신의 삶이 타인으로부터 거듭 중요한 영향을 받는다고 느낄 떄, 그 예민함과 불편의 토로 속에는 오히려 나와 타인이 공존할 때 필요하고 또 소중한 삶의 태도가 들어있다. 손보미 소설의 인물들이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은 삶을 어렵고 불편하게 하는 작은 기미들을 쉽게 지나치지 않고 감지하며 그것에 관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서 그들은 자신이 아닌 타인의 경우, 타인의 입장, 타인의 생각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인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이렇듯 나머지 단편들도 모두 "갑자기 내 삶에 들어온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의 삶에 갑자기 침입하는 것들은 무수히도 많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침입자들에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손보미의 소설은 그 태도를 독자들이 배울 수 있게 합니다. 또 그런 침입으로 인해 미묘하게 변해가는 삶을 엿볼 수도 있지요. 타인과 공존하며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니만큼 손보미 작가의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을 들여다보는 일은 소중하고 또 값진 경험이 되기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누군가의 침입이, 혹은 어떤 사건의 침입이 버겁다 느껴질 때,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도 좋은 책, 재미난 책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구독하시고 좋은 정보 많이 받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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