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11년 전 출간되었음에도 여전히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김애란의 단편소설집 <비행운>을 리뷰해 보고자 합니다. 끈적하고 불쾌한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비행운>, 함께 읽어보면 더욱더 좋을 것 같습니다.
삶의 고통과 비극을 말하다
<두근두근 내 인생>, <바깥은 여름> 등 수많은 작품들을 탄생시킨 김애란 작가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중 2012년 출간된 <비행운>은 세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삶의 고통을 세심한 시선으로 포착하고 있지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고 있습니다. 이 책은 아슬아슬하게 삶의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인물들로, 현시대의 씁쓸한 부분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또 2011년 젊은 작가상 대상을 받은 ‘물속 골리앗’과 2010년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가 이 소설집에 실려 있지요. 오늘은 이 여덟 편의 단편들 중 기억에 남았던 단편 몇 개를 뽑아 줄거리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소설 줄거리 (*스포주의*)
첫 번째로 말씀드릴 단편 소설의 제목은 <물 속 골리앗>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물난리가 난리죠. 때문에 많은 이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요, 이 책 역시 홍수로 인해 난리가 난 도시 속에서 살아남은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소년의 아버지는 공사장 포크레인 위에서 떨어져 세상을 떠납니다. 아버지를 잃고 궁핍하게 살아가고 있는 와중에 소년은 어머니까지 잃게 되지요.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세상의 반을 잡아 삼켰습니다. 소년은 어머니의 시체를 끌어안고 간이배를 만들어 겨우 겨우 아파트 밖으로 빠져나가지만, 그 과정에서 커다란 고목나무가 어머니의 시체와 함께 떠내려가게 됩니다. 소년은 물속에 점점 가라앉으며 죽을 위기에 처합니다. 점점 숨은 막히고, 희망 따위는 없는 것만 같죠. 그때 소년은 물속에 잠긴 포크레인 위에 서 아버지의 환영을 보고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덕분에 소년은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세상은 바뀐 게 없습니다. 여전히 고통이 가득하죠. 하지만 소년은 바뀌었습니다. 일말의 희망도 느끼지 못하던 소년이,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기를, 이 절망만 가득한 세상에서 나를 꺼내주기를 기대하고, 희망을 품게 되지요. 소설은 그렇게 소년의 기대로 끝이 납니다.
우울하고 절망만 가득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정말 뛰어난 작품입니다. 읽으면서 나까지 축축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소설 속 세계는 바뀐 것이 없지만, 소년의 세계는 바뀌었습니다. 소년이 희망을 가질 줄 아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우리도 혼자서 이 세상을 바꾸기는 힘들 거예요. 하지만 나 자신이 조금 변화하면, 힘든 세상을 버틸 수 있을 만한 힘을 얻게 될 지도 모릅니다. 멸망한 세계 속에서도 변화하는 소년의 모습을 보며 위로를 받으셨길 바랍니다.
두 번째로 말씀드릴 작품은 <벌레들>입니다. 제목만 봐도 꺼림칙하고, 몸이 가려운 기분이 들기도 하죠.
작품 속 주인공은 신혼부부로, 재개발 구역 주변의 저렴한 빌라에 입주하게 됩니다. 만삭인 주인공은 비록 벌레가 많이 나오고, 도로변 주변이라 시끄럽다 하더라도 그곳에서 잘 살아보려고 노력합니다. 청소도 깨끗하게 하고,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쓰죠. 그런데 왜인지 그곳은 이웃들도 만나기 어려운 곳이었어요. 지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고립된 곳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은 결혼 반지를 창밖으로 떨어트립니다. 남편은 야근 때문에 집에 없었기 때문에, 주인공은 만삭의 몸을 이끌고 반지를 찾으러 갑니다. 반지가 떨어진 곳은 재개발 구역으로 쓰레기장에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풀숲 속에서 주인공은 반지를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몸은 잘 움직이지 않고 썩은 나무에서 벌레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하지요. 설상가상으로 양수까지 터져버립니다. 휴대폰도 집에 놓고 왔기 때문에 주인공은 벌레가 득실거리는 곳에서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작품은 이렇듯 현대인의 고립에 대해 잘 말해주고 있는 소설입니다. 지리적, 심리적 고립이 인물을 얼마나 극한으로 밀어붙이는지를 잘 보여주는 소설이지요. 우리 사회와 겹쳐져 쓸쓸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 단편입니다.
세 번째로 말씀드릴 단편은 <서른>입니다. 주인공 수인이 같은 독서실에 함께 다녔던 언니에게 받은 편지에 답장을 하는 형식으로 소설은 진행됩니다. 수인은 언니에게 자신의 10년을 찬찬히 말해주는데요, 그 이야기 속에는 아르바이트 과외로 만났던 제자인 혜미와 전남자친구가 등장합니다. 헤어지고 3년만에 연락 온 전남자친구 때문에 수인은 다단계에 빠지게 됩니다. 그곳에서 고통받던 수인은 결국 혜미를 끌어드리고, 자신은 빠져나오게 되지요. 혜미는 워낙 활발하고 씩씩한 아이였기 때문에, 그곳에서도 잘 지낼 거라고 수인은 생각합니다. 그렇게 혜미의 도움 요청을 무시하고 살던 수인은, 혜미가 자살시도를 하고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언니에게 이 답장 편지를 받았다면, 자신이 혜미를 찾아갔을 거라고 말하죠. 수인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신도 그저 살기 위해서 발버둥 쳤을 뿐인데, 누군가를 절망으로 밀어 넣은 못된 어른이 되어 있지요. 이 소설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서 유명해진 작품입니다. 사는 게 버겁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닌데, 언제부터인지 나쁜 사람이 되어있고. 힘든 현실과 지친 수인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 비행운 중 서른, 김애란
떠나간 자리에 남는 비행운을 보며 위로를 받다
비행운은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행기가 지나가고 남는 구름이라는 뜻과 행운이 아니라는 뜻도 가지고 있지요. 소설 속 단편들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내용들은 아닙니다.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절망하게 되는 비행운, 즉 불행의 순간들이 담겨있지요. 나머지 단편들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 <너의 여름은 어떠니>, <하루의 축>, <큐티클>, <하루 니약 따>도 마찬가지로 조금은 어두운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이 겪는 불행은 아주 현실적입니다. 우리에게도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불행이지요. 우리는 그런 소설 속 인물들을 위로하며, 동시에 나 자신을 위로할 수 있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이 언젠가는 행복하기를 바라며, 나 자신의 행복을 빌 수도 있지요. 그래서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하루 하루 사는 게 벅차게 느껴지실 때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비행운, 비행기가 남기고 간 구름처럼 긴 여운을 남기는 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 위로받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좋은 책들을 계속해서 리뷰하고,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구독하시고 좋은 정보 많이 얻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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