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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이> 리뷰

1120☆아리차차 2023. 10. 2.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거침없는 문장과 플롯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김사과의 소설집, 영이에 대해 리뷰해 보려고 합니다. 

 

 

 

 

분노하는 아이들


 

김사과 작가의 <영이>는 명백하게 불편한 현실을 꼬집고 있습니다. 8개의 단편이 모두 폭력적인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등단 5년 만에 펴낸 첫 소설집에는 총 아홉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영이>와 <과학자>, <이나의 좁고 긴 방>, <준희>, <나와 b>, <정오의 산책>,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오늘은 참으로 신기한 날이다>, <매장>. 이 8개의 이야기들은 거친 문장들로, 또 정신분열적인 문장들로 우리를 매혹시킵니다. 김사과 작가의 이야기들이 두렵고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우리가 알고 싶지 않은 현실이 그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어서 사회 전체 시스템에 깔려 있는 근원적인 폭력을 문제 삼고 있는 소설집 <영이>의 줄거리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줄거리 소개 (*스포 주의*) 


 

 

소설의 주인공은 영이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상황에 따른 대처 능력이 다른 것처럼 영이는 상황에 따라 바뀌는 여러 개의 자아를 갖고 있습니다. 영이는 가정폭력 집안에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자신의 자아 중 한 명인, 폭력을 당하는 인물 순이를 없애버려서 영이는 영이 자체가 된 줄 알고, 가정폭력에서 벗어난 줄 알지만 사실 오히려 더 갇혀있는 인물입니다. 영이의 자아들인 ‘영이’의 영이, 정현이의 영이, 주희의 영이, 채은이의 영이는 집에 들어가는 것을 망설입니다. 그들은 식탁에 앉아 술을 마시는 아빠를 피해 방에 들어가 차례로 울었습니다. 오후 2시 48분에 화가 나면 야생마같은 엄마가 깨어나 설거지를 하고 아빠는 설거지 소리가 시끄럽다고 합니다. 영이의 부모님은 제대로 되지 못한 폭력적인 가정을 이루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늘 싸우고 대화가 없어 영이를 돌보지 못해요. 이는 영이의 아주 큰 결핍입니다. 결국 분노에 이기지 못한 엄마가 아빠를 삽으로 때리며 집안의 평화를 야기하지만, 이 일 역시 영이의 족쇄가 되어 버립니다. 

 

 

순이는 어느새 침대 아래로 기어들어가 흘러내리는 영이의 손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어둠 속에서 순이의 이빨이 빛난다. 잠시 후, 여인의 손을 다 먹어치운 순이가 엄마와 아빠가 싸우다가 죽어버리라고 심란한 노랫소리에 맞춰 심란한 춤을 추며 방 안을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죽어버려라! 싸우다가 죽어버려라! 둘 다 불에 타 죽어라! 집아, 너도 불에 타라! 타서 다 바스러져라! 나도 죽겠다! 우리 모두 다 죽자! 영이는 귀를 막고 싶었지만 영이의 두 손은 이미 순이의 뱃속에 들어가 있었다.

- 영이 _ 본문 중

 

 

‘영이’의 손을 먹은 영이의 진심 순이가 어디선가 들리는 노래에 맞춰 이 집의 종말을 기원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5시 10분, ‘영이’는 과학 요점정리와 도덕문제를 열심히 풀었습니다. 식탁에서의 첫 번째 기억은 ‘영이’가 3살 때 삶은 고구마를 던지며 싸우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었습니다. 두 번째 기억은 ‘영이’가 7살이 되던 가을, 엄마 아빠가 뜨거운 국수를 던지고 싸운 모습이었습니다. 엄마가 밥 먹기 싫다 아빠를 쳐내자 아빠는 엄마를 때리고 밥통으로 왼쪽 어깨를 내리치게 됩니다. 30분째 아빠는 엄마와 ‘영이’를 죽인다는 협박을 가했습니다. 아빠가 ‘영이’를 죽이려 들었을 때 ‘영이’에게서 순이가 사라졌습니다. 뜰에 서 있는 아빠를 엄마가 삽으로 쉼 없이 때립니다. ‘개새끼’라고 욕을 먹던 아빠는 정말로 개가 되었고 노을이 ‘영이’를 집어 삼키게 됩니다. 

 

수천만명의 엄마와 수천만명의 아빠가 빙글빙글 돌며 짙은 주홍색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영이를 찾았다. 피투성이가 된 영이가 흙먼지 가득한 황갈색 땅에 혼자 누워 있었다. 남김없이 짓밟힌 영이는 빨갛게 웃고 있었다. 다음 순간 짙은 노을이 순식간에 영이를 삼켰다.

-영이 _ 본문 중

 

 

 

여기서 순이는 ‘영이’ 안에 있던 본 모습으로 ‘영이’의 연약한 내면 아래 자라나는 폭력적이고 반항적인 모습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살아가기 위한 방어막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노을의 빨간 이미지는 노을 아래서 맞았던 아빠의 피를 연상시키므로 또 다른 폭력이 오고 있다는 신호를 말하는데요. 영이의 가정에는 평화가 찾아온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범죄, 즉 고통이 찾아오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김사과 작가의 <영이>는 날것의 언어로 그려내는 분노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폭력과 애증이 깊숙이 스며든 가족의 일상을, 김사과만의 문장으로 보여 주고 있어요. 과감하고 극적인 장치들이 책 내에서 곳곳이 등장하는데, 거기서 엿볼 수 있는 작가의 상상력이 무척 인상 깊습니다. 소설 속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가정과 학교라는 폐쇄적인 공간 안, 또 폭력이 오가는 매서운 공간 속에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 공간 속에 있는 아이들은 오로지 분노와 폭력으로 자신을 표현하는데요. 이는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무는 폭력의 좋지 못한 면을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이 악몽은 절대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요. 이건 끝이 없을 테니까요. 할머니는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나는 절대로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요. 왜냐하면 나는 

 

그러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이런 게 좋으니까!

 

영이 _ 본문 중


김사과 작가의 책들은 호불호가 좀 나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작가의 개성이 뚜렷하고, 장면이 명확한 이 책을 참 좋게 읽었는데요. 사회의 부조리한 면들에 맞서는 김사과 작가의 문장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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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 02

2005년 영이로 폭력과 애증이 깊숙이 스며든 가족일상을 개성적으로 창조해냈다는 평을 받으며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한 김사과의 첫 소설집. 김사과는 장편 <미나>, <풀이 눕는다>를 통해 기존

www.aladin.co.kr

 

저는 다음 시간에도 유익한 책 리뷰로 돌아오겠습니다. 블로그 구독하시고 좋은 정보 많이 얻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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