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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원숭이의 원숭이> 리뷰

1120☆아리차차 2023. 10. 5.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시집 <원숭이의 원숭이>를 리뷰해 보려고 합니다. 

 

 

神과의 싸움


 

김륭 시인은 1961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988년 불교문학 신인상과 2005년 월하지역문학상, 김달진지역문학상, 박재삼사천문학상, 지리산문학상, 경남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았습니다. 동시집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 『별에 다녀오겠습니다』 『엄마의 법칙』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 시집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원숭이의 원숭이』를 내기도 했습니다. 

 

시집은 예술가의 전시회와도 같은 것입니다시집을 한 작가의 전시회라고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작품마다 가지고 있는 기호를 찾아 그 작품의 의미를 파헤치려고 할 것입니다모든 작품을 관람한 후에는 작품 하나하나가 기호가 되고우리는 이 전시회의 의미를 파헤치려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분석의 과정이 매우 재밌게 느껴졌던 김륭 시인의 시집, <원숭이의 원숭이>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어서 시집 속 시들 몇 편과 그 내용을 보여 드릴게요.

 

시의 내용 소개


 

그의 시집 원숭이의 원숭이에 들어있는 65편의 시 중에서 16편의 시에 신(神)이 등장합니다.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

 

그래서 神이다

 

-당신_ 전문

 


 

시집의 첫 번째의 시입니다. 이곳에서 시인은 신(神)을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당신”을 믿음과 숭배, 존경의 대상인 神으로 말하면서 절대적인 존재로 만들고 있어요.

 

“내게 더 많은 슬픔을 주시구려.”
-조르주 바타유 - 불가능에서

神과 싸우기 위해 필요한 건 두 명의 인간과 하나의 입

세상은 언제나 four hand perfomance로 돌아간다는 얘기, 그와

그녀가 하나의 침대에 비문을 세울 수 있는 건 제각기 가슴에 모았던 두 개의 손을
네 발로 내려놓았기 떄문이지만 하나에서 두 개로 늘어난 입을 어쩌지 못해
음악이 태어나고 지옥이 열렸다는 말씀

믿어라, 인간은 그 어떤 권위나 가능성보다
말 못 하는 짐승들의 뒷문을 통해 온다, 마침내 왔다
짧고, 깊고, 그리고 길게
늙지 않는 울음을 가진 인간들의 발밑에 神을 내려놓기 위해 바오밥나무는
몇 개의 손을 잘랐을까?

한때 배 속의 아기였던 그와 그녀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神은 인간의 숨을 음악으로 사용한다는 얘기, 그러니까
섹스는 죽어서도 썩지 못한 살의 한 구절로
영혼의 입을 틀어막는 일

울면서 왔으니까 울면서 가야 한다

가능한 한 아프게, 그리고
불손하게

-[연탄곡] 전문

 

시의 정황은 1연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시인은 신과 싸우기 위해서는 두 명의 인간과 하나의 입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두 명의 인간과 두 개의 입이 아닌, 또 한 명의 인간과 두 개의 입이 아닌 이유가 무엇일까요? 신과 싸우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혼자서는 절대 만들 수 없으며, 누군가와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 의견 차이 없이 조율된 말과 소리. 이것이 신과 맞서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지요. 그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이 정황에 관한 단서는 시에 여러 군데에 흩뿌려져 있습니다. “세상은 언제나 four hand performance로 돌아간다는 얘기”, “하나에서 두 개로 늘어난 입을 어쩌지 못해/음악이 태어나고 지옥이 열렸다는 말씀”. 우리는 이 두 문장에서 또 집중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four hand performance는 시의 제목인 연탄곡, 두 명의 연주자가 연주하는 피아노곡을 말하는데요. 두 명 이상이 모이게 될 때 언제나 소리가 맞을 수는 없습니다. “하나에서 두 개로 늘어난 입” 때문에 세상에 지옥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음악은 왜 생겨나는 걸까요? 그것은 지옥이 생겨남과 동시에 생기는 소망 때문입니다.

 

“늙지 않는 울음을 가진 인간들의 발밑에 神을 내려놓기 위해”, 결코 수명을 다하는 법이 없는 슬픔의 실존적 조건으로 하고 있는 인간의 발 밑에 神을 내려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음악”이 필요한 것일까요. 우리는 사랑이라는 음악으로 신과 맞서야 하지만, 그것은 쉽게 이길 수 있는 싸움은 아닙니다. 그것은 4,5연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또한 6연, “울면서 왔으니까 울면서 가야 한다”는 이 구조와, 이 시집의 전체적인 요약이기도 합니다. 그 단서는 시인의 다른 시를 보며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화분에 불을 주듯 그렇게 서로의 그림자로

피를 닦아 주며 울 수 있게 된다

- [녹턴] 부분

 

저승에서 이승으로

내게 울음을 버리러 온 듯

-[빙의] 부분

 

너무 멀리도 왔다는 기분, 그것은

이미 엎질러진 물 같아서

-[대부분의 연애류] 부분

 

사랑이 죽음마저 죽여 버린 경우다.

-[먹] 부분


이 모든 것은 “울면서 가기” 위함입니다. 함께여야 한다는 것, 신과 싸우는 결기를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사랑이 죽음마저 죽여 버린” 것은 결국 슬픔이라는 것입니다. 시인은 사랑과 슬픔은 불가항력적 관계에 놓여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랑이 신과 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합니다..

 

 

神과 싸우던 단 한 명의 인간이

두 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녹턴] 부분

 

 

그렇다면 시인은 도대체 왜 신과의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것일까요? 우리는 시인의 神을 앞서 확인했습니다.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아무것도 아닌 사람”. 그런 사람, “당신”과의 힘든 싸움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사랑입니다. 그 사이의 간극들은 시집 속의 기호들 사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 오래도 죽는구나, 당신아

 

당신, 당신이란 내 하나뿐인

神의 이름으로

 

죽지도 않고 썩었구나,

 

마음아

-[와이퍼] 부분

 

 

“당신”은 내 믿음과 숭배의 대상이자 슬픔의 근원입니다. “저승에서 이승으로/내게 울음을 버리러 온 듯” 슬픔을 가지고 오는 것이 바로 “당신”입니다. 이런 神과의 싸움에서 필요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사랑이고, 사랑은 불가항력적으로 슬픔을 가지고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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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의 원숭이

시인수첩 시인선 12권. 김륭 시인의 두번째 시집. 신에 대한 저항의 노래를 담고 있다. 해설을 맡은 조강석 평론가에 따르면 이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한마디로 독신적(瀆神的) 저항으로서의 시

www.aladin.co.kr

 

지옥과 음악이 한 풀무에서 나는 것처럼 사랑과 슬픔은 서로를 위해 태어나고 섭생합니다. 이제 우리는 “가능한 한 아프게, 그리고 불손하게” 가야 한다고 말의 비밀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인 것입니다. 시집의 첫머리에 적힌 시인의 말처럼, “그냥 마음 좀 아파라. 당신도 그래라. “ 이런 대물림되는 관계 속에서 시집 속에서 시인은 끊임없이 저항하고 말하고,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시인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으시다면, <원숭이의 원숭이> 함께 읽어보시길 강추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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